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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보는 선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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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

운주사


◆ 책소개 ◆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주목받는 연구자인 저자가 ‘직접성’과 ‘즉각성’이라는 선불교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비판하면서, ‘매개’와 ‘주변부’ 개념을 중심으로 선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연구 방법론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관점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저자의 이러한 통찰과 해석이 독특함을 넘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교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개방성과 포용성, 그 결과로서 융합과 혼종을 특성으로 가진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발전한 선종(선불교) 역시 다른 전통과 신앙, 사상 등과 뒤섞임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8세기에 이르러 ‘돈교’가 선의 정통으로 대두하면서 주변으로 밀려난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가 ‘매개’다. 이 ‘매개’가 이 책의 핵심 개념이다. 직지인심直指人心ㆍ견성성불見性成佛을 종지로 내세우는 선은 대체로 공안 또는 화두를 통해 ‘단박에’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떠한 전통적인 매개도 거부하고 집요하게 직접성(mediacy) 또는 즉각성을 주장한다. 이는 그대로 의례주의에 대한 비판, 성상파괴적이고 반율법주의적인 입장으로 이어졌고, 선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선의 가장 큰 특징이고 본질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선 전통의 실상일까? 저자는 이러한 선 전통은 허구이며 환상이라고 보고, 그런 선 전통은 해체되어야 한다고까지 역설한다. 저자는 선 전통에 관한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고 선이 어떻게 하나의 전통으로 형성되는지를 새롭게 검토하기 위해서 방법론적으로 유연하고 열린 입장을 취한다. 그가 해석학적 접근과 수사학적 접근, 구조적 접근과 역사적 접근, 신학적 접근과 문화 비평적 접근, 문화인류학적 접근 등과 같이 다양한 방법론들을 활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다양한 접근 방법들을 통해서 선 수행과 교리의 여러 차원들을 직접/매개, 돈/점, 중심/주변, 정통/이단, 해석/수사, 묘사/지시, 소통/수행 등과 같은 몇 가지 패러다임으로 구조화되는 양상들을 밝히려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전통적으로 수행과 깨달음을 강조한 선에서 간과하거나 배제해 왔던 여러 상징(물)들, 즉 유물과 미라, 도상, 의례, 꿈, 성과 여성, 계율의 위반 등에 주목했으며, 선의 주변부에서 활동하며 선 전통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경계적 인물들도 중요하게 다룬다. 이렇게 해서 ‘순수 선’은 이념적으로 구축된 것일 뿐임을, 실제로는 선이 다른 문화적 요소들과 정치 권력, 민간 종교나 토착 신앙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전통을 형성한 일종의 ‘혼종’임을 밝힌다. 저자는 주요한 연구 방법론으로, 구조 속에 숨은 상수常數들을 찾는 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찾아낸 선의 주요 상수 중 하나가 매개성(mediacy)과 직접성(immediacy) 사이의 변증법이다. 달리 말하여 ‘점漸’과 ‘돈頓’, 즉 ‘매개 과정을 통한 깨달음’과 ‘매개 없는 직접적 깨달음’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이라고 하겠다. 다원적이고 포용적인 선과 종파적이고 배타적인 선 사이의 변증법, 단선적인 시각과 집체적인 시각 사이의 긴장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이 책은 새로운 연구 방법이나 접근 방법을 제시해 선불교를 더 폭넓게 다각도로 보아야 함을 일깨워줌으로써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 또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변증법적으로 왕복하면서 하나의 전통을 형성하므로 그 변증법적 긴장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선의 전통을 이야기하면서 초기불교와 탄트리즘, 중국 및 일본의 토착신앙 등을 폭넓게 다룬 까닭도 여기에 있다.


◆ 목차 ◆

발간사·5 / 옮긴이의 말·7 / 일러두기·18 저자 인사말·19 / 줄임말·22 머리말·25 주변에서 매개로·34 / 다양한 방법론·36 1장 차별적 전통 43 전통을 추구한 여섯 조사들·45 제이의第二義·53 소외시키는 전통?·61 친족 관계로서 전통·66 차이 만들기·71 2장 돈/점: 느슨한 패러다임 82 의미론의 분야·84 이념적 (불)만족·91 현상학적 분석·99 소실점? 돈오의 변이들·105 점오의 관점·112 3장 직접성의 이중 진리 121 이중고·129 자연외도·133 방편·139 수단과 목적·143 위계제에 대한 선의 부정·145 중간계·151 4장 선과 민간 종교 168 이론적 괄호·169 민간 종교와 그 상관물·179 동아시아적 맥락·183 원시에서 선으로 그리고 거꾸로·194 5장 주술사와 그 화신들(I) 198 중국의 주술적 전통·199 마구니와 불가사의: 초기 선의 주술사들·202 사라지는 매개자·206 주술사에 대한 불교의 이중성·209 주술사 길들이기·226 6장 주술사와 그 화신들(II) 232 꾀쟁이의 출현·232 달콤쌉쌀한 우정·239 선의 주변에서·243 예술의 하나로서 광기에 대하여·246 보살의 이상·251 주술사의 귀환·258 7장 대역의 변형들(I): 유물 263 사리 숭배·272 성상파괴라는 반동·283 8장 대역의 변형들(II): ‘숭고한 주검들’과 성상들 291 선의 ‘육신들’·295 의미론적 진화·306 다툼의 원인·313 혜능의 두 육신·316 카리스마와 종파주의 유포·321 성상과 정상頂相·328 전수인가 확산인가·336 대역의 형상들·340 9장 죽음의 의례화 344 죽음과 사후를 부정하는 선·345 장례의 역설·352 죽음을 길들이는 의례·353 예비 단계들·354 경계 단계: 선의 장례식·367 오염에서 청정으로·384 10장 꿈속의 꿈들 394 방법론적 예고·394 아시아의 꿈들·399 꿈 은유·403 선종과 꿈꾸기·406 꿈과 성자전·415 꿈꾸는 수행·416 묘에가 기록한 꿈들·417 현실적인 몽상가·422 상승의 꿈 그리고 반대의 목소리·425 11장 일탈: 위반의 한계 433 사원의 태만에 대한 이야기들·438 성性에 대한 선의 태도·446 여성에 대한 이미지·448 평등의 수사학·455 훌륭한 여인들·459 잇큐와 여인들·464 소돔과 고모라·466 칼과 국화·469 12장 신들의 귀환 483 호전적인 혼합주의·487 선의 방법론적 표상·490 아라한 숭배·497 선과 카미(神)·508 신과 귀신 그리고 조상들·522 13장 의례의 반의례주의 529 또 하나의 의례 논쟁·530 의례주의에 대한 선의 비판·535 선의 전례典禮·543 기도하는 선·546 어디에나 있는 의례·548 의례로서 명상·549 생활의 의례화·554 이념으로서 의례·557 의례라는 매개·560 맺음말·565 문제의 이분법·577 / 매개의 역설들·583 참고문헌·595 찾아보기·684


◆ 저자소개 ◆

베르나르 포르
저자 : 베르나르 포르 Bernard Faure 프랑스 출신의 불교학자다. 1984년에 파리 제7대학에서 북종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미국의 코넬대학교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가르쳤으며, 도쿄대학교와 시드니대학교 등에 방문교수로 머물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컬럼비아대학교에 재직하면서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와 종교학과의 교수로 있다. 문화 이론, 인류학, 젠더 연구 등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동아시아 불교의 여러 양상을 다루는데, 주로 선과 밀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술로는 이 책 외에도 Chan Insights and Oversights: An Epistemological Critique of the Chan Tradition(1993), Visions of Power: Imagining Medieval Japanese Buddhism(1996), The Red Thread: Buddhist Approaches to Sexuality(1998), The Power of Denial: Buddhism, Purity, and Gender(2003) 등이 있다. 역자 : 정천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중·일의 불교문학을 비교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국유사』와 동아시아의 불교문헌들을 비교문학, 비교철학, 종교문화사 등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연구하면서 일본 중세의 불교문헌들도 번역하고 있다. 역서로 『일본영이기』, 『모래와 돌』(샤세키슈), 『원형석서』 등이, 저서로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와 『불교한문 해석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