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
롤러코스터
◆ 책소개 ◆
‘푸틴의 덫’ 노르트스트림을 중심으로
유럽의 국제관계와 현대사를 생생하게 재구성한 지정학 스릴러!
2022년 발트해 해저에서 가스관이 폭발했다. 이 사건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정체가 드러난 주인공은 바로 노르트스트림.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발트해를 건너 곧장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실어 나르는 가스관이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가기 이틀 전인 2022년 2월 22일에 전격 가동이 중단된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다. 푸틴이 ‘잃어버린 소련의 위대함’을 되찾기 위해 마음속에 벼려두었다가 유럽을 잡기 위해 서서히 유럽 전역에 깔아놓은 덫이자, 유럽 한복판에 던져놓은 현대판 트로이 목마인 셈이다.
이 책은 이 노르트스트림의 생애를 다방면으로 따라가며, 과대망상에 가까운 푸틴의 제국주의 야욕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서 힘을 얻었으며 왜 아직도 꺾일 줄 모르는지, 여기에 서방 국가들은 어떻게 동조했는지 추적한다. 유럽과 러시아, 미국의 국가적 이해관계와 각 개인의 욕망과 오판 등이 뒤엉켜 만들어진 21세기 유럽의 현대사와 국제관계를, 노르트스트림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재구성한 결과물이자, 수백 명의 관련자들을 인터뷰하여 문제의 원인을 집요하게 밝혀내려 한 놀라운 지정학 스릴러이다.
◆ 상세이미지 ◆
◆ 목차 ◆
서문
1 베를린 협약
2 천연가스 자살
3 해저 200억
4 전쟁의 이름: 가스프롬
5 악마의 트로피
6 “내가 죄인이군요!”
7 샹젤리제의 우크라이나
8 그들이 사랑한 스파이
9 가스관 경쟁
10 희한한 환경운동가
11 2014년, 수치스러운 해
12 대안의 부재
13 덫은 거의 완벽했다
감사의 글
참고문헌
영상 자료
찾아보기
◆ 출판사 서평 ◆
우크라이나 전쟁의 마지막 퍼즐 조각,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를 내세워 유럽을 인질로 삼기 위해 푸틴이 심어둔 덫
2022년 9월 26일 발트해 해저에서 가스관이 폭발했다. 이 사건으로 온 세상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모은 주인공은 발트해 해저에 묻힌 쌍둥이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2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발트해를 건너 러시아에서 곧장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러시아와 독일이 기획하고 유럽 여러 나라들이 가담해서 건설한 파이프라인이다.
연간 수송력이 합쳐서 1100억㎥에 달하는 데다 이렇게 긴 파이프라인이 바다를 건넌 사례가 없기에 노르트스트림은 기술상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되지만, 구상 단계에서부터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심화되어 푸틴이 에너지를 전략무기로 휘두를 수 있고, 가스관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배제되는 동유럽 및 발트해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런 우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마지막 퍼즐인 이 노르트스트림이 어떻게 러시아가 나라 안팎에서 벌이는 전쟁의 무기로 작동하게 되었고, 유럽 경제 대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어떻게 여기에 공모했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이렇게 못 박는다. 노르트스트림은 유럽 한복판에 던져진 트로이 목마, 거미줄처럼 유럽에 깔린 푸틴의 덫이다.
푸틴을 키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된 제국주의의 꿈,
가스관을 타고 천연가스에 실려 유럽 각지로 달려갈 채비를 하다
2014년이 서방 세계에는 수치스러운 해였지만, 푸틴에게는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한 해였다고 저자는 밝힌다.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그러고도 국제 사회의 제재를 거의 받지 않았으며, 돈바스 지역에서 전쟁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징후가 나타났지만 애써 눈을 감았던 사람들마저 고개를 떨굴 만큼 만천하에 드러난 푸틴의 과대망상에 가까운 제국주의 야욕은 그가 KGB 요원으로 동독 드레스덴에서 지내던 시절에 그 씨앗이 뿌려졌다. 눈앞에서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종말하는 순간을 직접 겪은 푸틴은 이 모든 사태를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소련 재건을 생의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며 때를 기다렸다.
푸틴이 권력의 정점에 오르고 가장 먼저 한 작업이 이 가스프롬을 장악하는 일이었다. 푸틴은 러시아의 힘과 위대함을 되살릴 수단으로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치를 알아본 첫 인물이다. 더욱이 천연가스는 석유보다 더 중요한 전략적 열쇠다. 석유는 운송 수단이 다양해서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는 가스관으로 수송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거의 독점한다. 게다가 석유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변동폭도 적어서 대부분 장기계약을 맺는다. 그러다 설혹 분쟁을 겪으면 가스관을 잠그기만 하면 된다는 편리함 때문에 천연가스는 상대국에 압력과 위협으로 작용하며 러시아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지렛대이자 전략무기가 될 수 있었다. 푸틴은 소련 재건을 위해 이 천연가스를 앞세워 20년 동안 꾸준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덫을 놓았고,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그 덫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는데, 여기에 앞장선 나라가 독일이다.
노르트스트림은 푸틴과 서방이 20년간 맺어온 변태적 관계의 중심이다
전쟁 잿더미를 헤치고 국가 재건을 위해 유럽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유럽의 환자’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전후 경제 개혁을 성공리에 이끈 독일은 유럽의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며 교역 기회를 넓혀갔다. 이른바 ‘독일 경제의 기적’ ‘프랑스 영광의 30년’이라 불리던 시기였고, 교역의 필요성에 힘입어 동서 진영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며 냉정 종식을 바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던 시절이었다. 이런 화해 분위기를 타고 서독과 소련이 세기의 계약을 맺는다. 바로 1973년에 시작된 브라더후드, 소련과 서독을 잇는 최초의 가스관이다. 서독은 소련의 값싼 천연가스를 얻고, 소련은 부족한 설비와 자금을 챙기는, 서로 윈윈하는 계약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서독과 동유럽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동방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몽테스키외가 주장한 ‘온화한 산업’에서 개념을 끌어온 동방정책은 이렇게 천연가스로 시작되었다. 교역을 해서 서로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그 상호의존성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이 이데올로기는 독일의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세대를 이어오며 독일 전체의 정책이 되었다. 자원의 무기화와 동유럽 국가들의 지정학적 위기 같은 경고가 쏟아졌지만, 이 이데올로기는 지켜졌다. 그래야 모두가 편하기 때문이었다.
“노르트스트림은 이데올로기의 순진함, 얽히고설킨 역사, 서로의 이익, 오랜 협력과 충돌과 타협의 역사에서 생겨났다.”
독일 경제는 성장 가도를 달렸고, 그럴수록 에너지 소비는 늘어가는데, 여론은 환경문제로 쏠렸다. 독일 정치인들은 석탄과 원자력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을 줄이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고, 대체에너지를 찾다가 환경오염도 덜하고 가격도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눈길이 꽂혔다. 탈원전을 주장하며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녹색당에 좇겨 위기의식을 느끼던 그들은 2011년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더 지체하지 않고 무작정 천연가스로 돌진했다. 그들이 보기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알테르나티 플로스alternativlos’, 곧 대안이 없는 희망이고 기회였다.
이런 독일의 상황을 푸틴이 놓칠 리가 없었다. 가스관을 앞세워 유럽을 장악하겠다는 푸틴에게 독일은 최고의 파트너였고, 독일은 그런 푸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전 독일 총리 슈뢰더는 이해충돌이라는 시각을 무시한 채 푸틴이 보장한 지위와 임금을 받고 가스프롬의 로비스트가 되어 독일 내부는 물론 유럽 곳곳에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러나 독일은 이후에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감히 열지 못했다. 그만큼 독일 전체가 이 사건, 이 가스관에 연루되었기 때문이다. 거미줄에 걸려든 푸틴의 꼭두각시들은 주변의 우려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성을 다해 이 가스관, 곧 푸틴의 사업을 지지했다. 그들 눈에 쓰인 콩깍지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가고 나서야 벗겨졌다.
누구나 알면서도 모두가 눈감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깔아놓은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서유럽으로 실어 보내는 핵심 시설이다. 러시아가 해마다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60~80%가 우크라이나를 지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내에도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그 대금을 청구하는 한편, 가스관 사용료를 우크라이나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푸틴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가격을 낮추면서 가스관 사용료를 올리고 싶어 했고, 푸틴의 대리인인 가스프롬은 그 반대였다. 양측은 천연가스 가격, 수송량, 수송 조건 등을 놓고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다가 무역 분쟁을 겪기 일쑤였다. 그러다 우크라이나가 천연가스 비용을 결제하지 않으면 가스프롬은 가스관을 임시 폐쇄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다. 이런 협상과 분쟁은 주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겨울에 벌어졌는데, 추위가 매섭기로 유명한 유럽의 한겨울에 가스가 끊기는 사태는 크나큰 위협이었다. 그래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각국은 푸틴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그러던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혁명이 일어났다. 푸틴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앉히려다가, 부정선거에 성난 우크라이나 민심이 마침내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좌절된 것이다. 푸틴은 이 일을 뼈 아픈 수모로 받아들이고 우크라이나에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데, 그 수단이 바로 노르트스트림이었다.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곧장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을 건설해서 우크라이나 가스관 의존도를 낮춘 다음,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것이 푸틴의 계획이었다. 그러므로 노르트스트림이 완공되면 그다음은 우크라이나 전쟁일 터였다.
푸틴은 체첸에 이어 크림반도에서 이미 본색을 드러냈고, 이미 소련을 겪어봐서 푸틴을 잘 아는 발트해 및 동유럽 국가들은 당연히 우크라이나도 포함해서 한목소리로 경고를 쏟아내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서방의 관련국들은 모두 눈을 감았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입버릇인 ‘알테르나티 플로스’, 즉 대안이 없다는 듯이. 그 결과를 지금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 이 파렴치한 일련의 과정을 역사는 반드시 평가할 것이다. 그전에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 저자소개 ◆
마리옹 반 렌테르겜
저자 : 마리옹 반 렌테르겜
Marion Van Renterghem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의 대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 〈르몽드Le monde〉 〈가디언The Guardian〉 등에서 일했으며, 알베르-롱드르상Albert-Londres을 비롯하여 많은 기자상을 받았다. 2021년 《메르켈C’etait Merkel》(2021)을 발표해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이 외에도 《프란츠 올리비에 지즈베르: 권력의 돈 후안FOG, Don Juan du pouvoir》(2015), 《정치계의 미확인비행물체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l’ovni politique》(2017), 《나의 유럽, 나도 널 사랑하지 않아Mon Europe, je t’aime moi non plus》(2019) 등의 책을 썼다.
역자 : 권지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과를 나온 뒤 파리 통역번역대학원(ESIT) 번역부 특별과정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멋진 책을 찾아내 번역하기를 좋아한다. 옮긴 책으로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교양인이 알아야 할 음식의 역사》 《지구를 살리는 20가지 질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