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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인의 기원을 쫓는 역사 추적 다큐
LA폭동 루프탑 코리안, IMF 금모으기, 촛불혁명, 코로나…
재난 극복이 취미인 한국인의 DNA
세계가 놀란 한국인의 전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단군 이래 한국인의 선조는 한반도의 극단적인 기후와 척박한 생산력 아래에서 있는 힘껏 생존을 모색했다. 먼저 척박한 한반도에서 한국인들은 뭐든 먹어야 했다. 아무거나 먹다 세균에 감염되어 죽지 않으려고 감염에 효능이 있는 걸 따로 먹기도 했다. 마늘과 쑥이다. 단군신화의 ‘마늘과 쑥’은 어떻게든 살겠다는 한국인의 의지를 상징한다.
오랫동안 중국은 버거운 이웃이었다. 다른 나라의 역사학자들은 궁금해한다. 한국은 어째서 중국에 흡수되지 않았는가? 한, 수, 당, 거란, 여진, 몽골, 청… 지금의 미국과 러시아를 합친 정도의 초열강이었고, 그런 나라들과 싸워 이기거나 혹은 ‘졌잘싸’여서 살아남았다. 아마도 중국 역사의 숨은 페이지에는 한국이 이렇게 묘사되어 있으리라. “저 독종들!”
한반도에서는 개인들이 살아남기도, 또 국가로서 살아남기도 힘들었다. 어쨌든 살아남아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국인만의 여러 특질이 만들어졌다. 《한국인의 탄생》은 그 과정을 세 명의 인물(단군, 고려 현종, 정도전)과 세 개의 키워드(생존, 전쟁, 혁명)로 살핀다. 단군은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잡았고, 고려 현종은 한민족을, 정도전은 한국인 개인들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들의 후예이고, 혹은 그들 세 명의 현재형이다. 나와 우리의 기원을 쫓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탐구 생활로 초대한다!
개정증보판에 붙여
들어가는 글: 한국인이라는 미스터리
1부 한반도에 사로잡히다
1장 창세기
초대받지 않은 손님 | 아버지들의 아버지들 | 순결한 잡종 | 쑥과 마늘의 민족
2장 평화는 생존의 지옥이다
인간의 식사 | 생존투쟁이 남긴 ‘밥상’의 유전자 | 경쟁과 나눔의 적정비율 | 징그러운 내 편, 이웃 | 지능과 불행의 상관관계 | 한(恨)과 흥(興) | 피곤과 공포를 위로하는 자극 | 음주가무의 민족 | 무속의 민족 | 단군의 위치 선정 실패
3장 전쟁은 산성이다
중국은 지옥이다 | 중국과 중국‘들’ | 지옥에서 살아남다 | 산성(山城)은 질병이다 |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 산성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었다 | 산성으로 본 고구려 흥망사
4장 전쟁은 사격이다
승리의 경제학, 양(量)에 대항하는 질(質) | 활과 총포, 냉병기와 열병기 | 루프탑 코리안과 명량해전 | 화력 중독 | 애증하는 한국인
5장 전쟁과 평화
재난, 전쟁의 다른 이름 | 바이러스에 대항한 산성 | 광장과 길거리의 산성 전투 | 숭고한 속물
2부 민족의 탄생
6장 고려는 고구려다
고구려는 추억이 아니라 현실이다 | 두 번의 삼한일통(三韓一統),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한반도와 중원, 불편한 동거
7장 추남과 사생아
저주받은 아이 | 강조와 강감찬 | 사상 최악의 적 | 멸망전야(滅亡前夜) | 영웅의 죽음 | 싸움의 법칙
8장 싸움터에 솟아오른 비명
국가와 백성의 계약 | 제국의 역습 | 귀주(龜州) 벌판 | 왕국의 역습 | 동아시아의 균형자 | 한민족의 탄생
3부 민족성의 탄생
9장 천명과 혁명
좋은 나라 | 혁명은 패륜이다 | 실패한 혁명가와 시골 무인(武人) | 임금의, 사대부에 의한, 백성을 위한
10장 임금의
“책임자 나와” | 국가는 나를 위해 존재하라 | 읍소와 상소 | 참을성 없는 백성과 의리 없는 유권자 | 무력은 철학을 이기지 못한다
11장 사대부에 의한
민본(民本)으로부터 | 신성(神性)과 인간성 | 조선 사대부란 무엇인가 | 실학(實學)이라는 말의 허상 | 저승과 현세, 거래의 기술 | 이상적인 사대부라는 모순 | 그의 기품 그리고 그의 쓸모없음
12장 백성을 위한
안전한 세계, 민생의 조건 | 대식국(大食國) 조선 | 조선인의 신체 | 서울과 꼭대기를 향한 질주 | 백성의 욕망 | 효(孝), 질서의 토대 | 밥과 문자, 한글
13장 조선의 몰락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 현세에 강림한 지옥 | 현실에 패배한 이상 | 붕당정치가 옳았다 | 탕평책과 국가의 붕괴 | 추월당한 문명 | 문명이 사는 시간
결어 한국인의 탄생
쉴 줄 모르는 선진국 | 중앙집권의 유전자 | 소중화와 K-pop | 사람이 곧 하늘이다, 통(通)과 접(接) | 민본(民本)에서 민주(民主)까지
나가는 글: 한국인은 성격이 너무…
참고문헌
권말 특별 부록: ‘귀주대첩’ 전투에 관한 하나의 주장
저자 : 홍대선
작가, 묻고 글을 쓰는 사람. 한국인은 누구이고, 어떻게 현재의 한국인이 되었는지를 탐구하며 답을 찾고 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문학과 칼럼, 시나리오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해왔다. 국내 최초 인터넷 신문인 《딴지일보》에서 일하며 쓴 <테무진 to the 칸>은 역대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인문교양 팟캐스트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남 얘기〉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유신 사무라이 박정희》, 《행복이 이글이글》, 《1미터 개인의 간격》,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테무진 to the 칸》, 《축구는 문화다》, 《태양의 해적》 등이 있다.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 한국
세계 어디와도 다른 문화와 기질… ‘종특’ 한국인
무엇이 오늘의 한국과 한국인을 만들었는가?
한국인의 탄생과정을 탐구하는 본격 역사 추격 다큐!
마늘이 뭐라고!
자, 이렇게 물어보자. 한국인에게 마늘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이렇게 마늘을 먹는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는 친선 경기를 위해 입국한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분명, 농담으로 한 대답이었는데) “마늘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만 국민 밉상으로 등극하고 말았다. 그 사정의 시시비비를 밝히자는 건 아니고, 그런데 여기서 확실히 해둘 게 있다. 어째서 김치 냄새가 아니라 마늘 냄새라 한 것일까?
이미 상식이 됐지만 고춧가루 듬뿍 들어간 빨간 김치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대략 100년 내외로 보는 게 정설. 그에 비해 마늘은 한국인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역사가 길다. 사실, 단군신화의 ‘마늘과 쑥’ 이야기는 좀 어처구니가 없다. 잡식 동물 곰과 육식 동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만 먹으며 100일을 버티라 했으니, 불공정게임도 이런 불공정게임이 없다. 호랑이 입장에서는 억울해서 복장이 다 터질 일이다.
어쨌든 한국인의 기원에는 마늘과 쑥이 있다. 그 신화의 마늘이 지금 우리가 아는 마늘과 조금은 다른 식물이라는 정보도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은 자신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곰이 인내하며 100일을 먹었던 그 식물에 ‘마늘’이란 이름을 붙였다. 수천 년 역사에 남고 그만큼 사람들이 먹어야 그 냄새가 한반도의 땅과 공기에 제대로 배어들겠지. 마늘은 기껏 일이백 년 역사의 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러니 이치로의 진단은 사실 맞는 말이다. 한국은 마늘 냄새가 진동을 하는 나라다.
그러니까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왜 마늘인가, 어째서 마늘인가, 이다.
“마늘의 주성분인 알리신의 효능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주된 효능은 인체에 해를 끼치는 세균을 처치하는 것이다. 알리신은 세균의 단백질 구조를 분해한다. 한국인은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기 위해, 즉 이런저런 식재료에 붙어있는 각자 고유하면서도 다양한 세균을 일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알리신을 필요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살기 위해 무엇이든 먹는 것인데, 그렇게 애써 먹었더니 세균에 감염되어 죽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거의 모든 요리에는 마늘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아주 많이 들어간다. 그것도 주로 반드시 먹을 수밖에 없게끔 대체로는 잘게 다진 형태로 들어간다. 한국인의 입맛은 마늘을 맛있다고 느끼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늘 맛이 느껴지지 않으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집착한다. 쑥도 마찬가지다. 쑥은 감염을 막는 효과를 갖고 있으며, 특히나 섭취할 경우 내장의 감염을 저지해 결과적으로 소화를 돕는다. 쑥과 마늘은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다른 것들을 먹기 위한 차원에서 중요하다.”
_1장, 창세기 중
단군의 부동산 투자 실패
신박한 이야기다. 한국인은 살기 위해서 마늘을 먹었다. 다시 한번 어째서?
그건 단군(신화)에 대한 2000년대 이후 한국인들의 밈/농담과 관련이 있다.
단군은 조선을 건국했다.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믿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이성계가 세운 조선과 대비되어서 부르는 말이 고(古)조선이다. 우리 역사에는 두 번의 조선이 있고, 단군은 그 첫 번째 조선의 건국자다. 그런데, 나라를 세우며 심각하게 잘못을 했다. 21세기 한국인들은 현대 재산증식의 중요 수단에 빗대 이렇게 말한다. “역사 이래 최대의 부동산 투자 실패!” 그렇다. 단군은 부동산 투자 실패자다.
어째서 실패인가.
①극단적 기후: 널뛰기의 극단!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은 눈으로 보기에 아름답지만 몸으로 견디기엔 매우 고통스럽다. 한국보다 더 더운 곳도 많고, 역시 더 추운 곳도 많지만 1년 동안 한국처럼 극단적인 사계절의 차이가 강요되는 곳은 드물다. 서울은 자주 모스크바보다 더 추운 날씨를 자랑하고, 한여름에 서울 정도의 무더위를 보이는 ‘글로벌 대도시’는 사실상 없다. 한국인들은 덥기도 덥고 춥기도 춥고, 게다가 중간에 사이계절이 있어서 두툼한 패딩부터 나시와 반바지, 그리고 적당한 긴팔 옷들까지 갖추어야 하는, 사실상 극악한 조건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홍대선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차이에 고통받지, 절대적인 온도에 고통받는 게 아니다.”
②낮은 생산력: 그래서 틈새마다 텃밭을 가꾼다
땅의 생산력에서도 한반도는 절망적이다. 70% 이상이 거칠고 변화무쌍한 산악지형이다. 평지가 있지만 좁아서 산악지형보다 조금 더 풍요로울 뿐이다. 한반도는 유목만으로는 육식을, 농경만으로는 채식을 배불리 누릴 수 없다. 괜히 사람들이 쑥을 뜯고 그러는 게 아니다. 이렇게 척박한 한반도에서 한국인들은 뭐든 먹어야 했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먹지 않을 것들도 먹었다. 그렇게 살기 위해 무엇이든 먹었는데, 혹시라도 그걸 먹고 세균에 감염되어 죽으면 안 되지 않는가. 마늘이나 쑥은 감염을 막는 효능이 있다. 어떻게든 살겠다, 살아보겠다는 한국인의 의지가 바로 단군신화의 ‘마늘과 쑥’인 거다.
③위치 선정: 이웃은 내가 고를 수 없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눈으로 보면 극단적인 기후나 척박한 생산력 등이 부동산 투자 실패로까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문명의 이기(利器)들을 잘 사용하면 기후쯤은 잘 대처할 수 있다. 화학비료 듬뿍의 농업혁명으로 생산력도 높아졌다. 물론 여전히 한국 땅에서 나는 것만으로 먹고 사는 자급자족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땅을 치며 후회할 결정적인 실패가 하나 더 있다. 위치선정이다. 단군은 이웃을 잘못 두었다. 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오래된 친구이며 가공할 적, 중국이다. 중국 옆이어서 문화도 전수받고 발전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좋은 결과만 본 거다. 질문을 다시 해야 한다. ‘한국은 어째서 중국에 흡수되지 않았는가?’가 맞는 질문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역사학자들도 궁금해한다. 한국은 왜 오래전에 망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중국의 팽창으로부터 살아남았는가?
실패 혹은 생존의 연대기
수백 수천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중국에 흡수되거나 멸망해 사라졌다. 팽창 지향의 중국으로부터 끝끝내 살아남은 건 고비사막 북쪽으로 피신한 몽골과 험난한 산악과 밀림으로 사이를 둔 베트남, 그리고 조선-한국뿐이다. 더구나 우리와 중국 사이엔 사막이나 산맥, 밀림 같은 특별한 지리적 장벽이 없다. 그래서 드넓은 만주 평원을 넘어 몇 번이고 침공해왔던 거다.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 거란, 여진, 몽골, 청나라… 모두 지금 기준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합친 정도의 당대 초열강 국가들이었다. 우리는 그런 나라들과 싸워 결국 이기거나 버티거나 혹은 지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명나라 이후로는 더 이상 한국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던 거다. “저 독종들!” 아마도 중국 역사의 숨은 페이지에 한국이 묘사되어 있다면 그런 말이 적혀 있으리라.
어쨌든 극단적 기후와 척박한 생산력이라는 조건에서 개인들이 살아남기도 힘들었지만, 세계 최강대국 중국 옆에서 국가로서 나라로서 살아남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살아남아 지금의 대한민국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한국인만의 여러 특질이 만들어졌다. 《한국인의 탄생》은 바로 그 과정을 다룬다. 흥미진진하고 의미충만한 역사 다큐 소재로 이만한 게 없다.
우리를 만든 세 사람!
《한국인의 탄생》은 한국인의 지금 모습을 만든 세 사람으로 단군, 고려 현종, 조선 정도전 세 사람을 꼽는다.
다시 요약하면, 단군은 위치선정을 뜻한다. 역사에 지리와 지정학이 끼어드는 이야기인데 지리는 한반도의 자연환경이고 지정학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 하필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한반도는 개인이 먹고살기도 힘들었지만, 국가가 중국에 흡수되지 않기도 힘들었다. 개인의 살아남기와 국가의 살아남기 모두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숙명이다. 지금도 우리는 세계 초강대국 네 나라-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사이에 끼어서 살고 있지 않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을 우리만큼 몸으로 현타오게 받아들이는 나라가 또 있나(물론, 대만은 논외로 한다)?
고려 현종은 한민족을 탄생시키는 대전쟁을 이끌었다. 당시 고려를 침공한 거란은 세계 최강의 군대였다. 한국인은 이제까지 산성을 중심으로 버티면서 전쟁에 나섰지만, 거란과의 전쟁은 사실상 전면전이었다. 이 전쟁을 이기며 ‘전쟁민족’ 한민족의 실체가 중국에 뚜렷이 각인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가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는 게 괜한 과장이 아니다.
정도전은 우리가 잘 아는 그 조선의 설계자다. 조선시대를 통해 한국인의 구체적인 윤리관과 국가관, 욕망이 형성되었다. 단군은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잡았고, 고려 현종이 한민족을 만들었다면, 정도전은 우리 한국인 개인들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세 명, 신화적 인물 한 명과 두 명의 실존 인물이 지금 우리와 같은 별종 한국인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그들의 후예이고, 혹은 그들 세 명의 현재형이다. 책과 격투하며 나-우리의 기원을 쫓아가보자! 스스로를 이해하는 탐구 생활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