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를 사랑하고 싶기에,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기에
또다시 날개를 펼쳐 마음을 부딪는 영원의 고백
김이듬의 여덟번째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문학동네시인선 204번으로 출간한다. 2001년 데뷔 이후 에로티시즘이 돋보이는 도발적인 시편들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인은 기성의 부조리에 일침을 가하는 날카롭고도 명랑한 활기와 변방으로 떠밀려온 존재들을 감싸는 지극한 사랑으로 독창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왔다. 김춘수시문학상을 비롯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보여준 김이듬은 2021년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한 세상을 시로써 자꾸만 들여다본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없다는 체념의 감정이, 이곳에서는 나의 실존을 확인할 수 없다는 미지의 두려움이 화자를 압도해온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화자는 기존의 이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를 다면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없는 것은 아닐 터, 그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더라도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며 세계와 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 이 끈질긴 재탐구의 노력은 사랑하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을 만큼의 넓이와 깊이로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치는 몸짓과도 같다.
시인의 말
1부 여기 내 살갗의 무늬가 있다
입국장
폐가식(閉架式) 도서관에서
뮤즈
간절기
리얼리티
저지대
불을 빌리러 온 사람
적도 될 수 없는 사이
다행은 계속된다
사랑의 역사
2부 우리의 몸속엔 각자의 바다가 있다
시린 소원
십일월
저속
카프리치오
자각몽
저녁의 모방
시월
오픈 키친
오늘의 근처
귓속말
당신의 문
야외용 식탁
3부 나는 내 생애 최고의 시를 쓰고 있어요
내일 쓸 시
죄와 벌
후배에게
습지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
드라이클리닝
주말의 조건
내가 던진 반지
필균의 침대
문라이트
환기
여름 효과음악
4부 아직 나의 영혼은 도착하지 않았다
호텔은 묘지 위에 만들어졌다
두 유 리드 미
스몰 레볼루션
여장 남자 아더 씨
도로시아
이 날개 달린 나그네, 얼마나 서투르고 무력한가
너는 여기에 없었다
말없는 시간
5부 악몽은 잘 이루어진다
사악한 천사의 시
야간 비행
비밀과 거짓말
올스파이스
연가
공동 작업실
서푼짜리 소곡
텍사스에서
조용한 겨울
미추
현지인
일반 상식
외로운 사람
6부 어쩌면 시에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구도시
비지엠
신년 청춘음악회
먼 미니멀 라이프
켤레
노이렌바흐
모르는 지인
그림자 없는 여자
크리스마스 에디션
어제의 말들
프리랜서
내일
해설 | 복행(復行)의 시 | 소유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