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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프롤로그
1장 할머니라는 섬
사라지지 않는 단 한 사람 | 책상에서 태어난 아기 | 색종이 모빌 | 노병래 | 슬프면 슬픈 대로 살고, 좋으면 좋은 대로 살고 | 서툴렀던 사랑 | 할머니라는 섬 | 당연하지 않았던 것 | 치매 중기입니다
2장 기억이 사라져도 기억되는 사랑
무표정한 거울들 | 못 먹어도 고! | 할머니의 자기소개 | 롱이네 회춘 네일숍 | 우리는 동화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 온기 | 소울 푸드 | 크리스마스의 추억 | 퐁당퐁당
3장 할머니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아직 할머니를 만질 수 있다 |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습니다 | 옘병, 지랄이여 | 섬망 | 이 할머니는 치매가 아닙니다 | 뜨거운 감자, 요양원 | 할머니의 삶은 여전히 진행 중 | 할머니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본 문]
그 순수한 사랑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스며들어, 할머니가 웃는 게 좋아서 막춤을 추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아 보여도 할머니가 웃으면 그만이다. 내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웃으면 내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피어나는 것. 그게 사랑임을 오랜 친구인 할머니를 통해 배웠다. 나에게 오롯이 전해진 최초의 사랑은 그렇듯 선명하게 남았다. _33~34쪽
“슬프면 슬픈 대로 살고, 좋으면 좋은 대로 살다 보면 당신들도 이렇게 오래 살아요.” 할머니는 이 말을 할 때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슬프면 슬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때로는 흘려보내고 때로는 간직하며 살면 살아진다는 말. 지독한 슬픔도, 넘치는 기쁨도 결국에는 한데 섞여 하나의 삶이 된다는 말. 나는 이 문장이 “그래도 살라”는 말로 들린다. _49쪽
할머니의 세계는 점점 좁아지더니 어느새 작은 섬과 같아졌다. 특별한 날에만 사람들이 배를 타고 와서 축제를 벌이는 섬, 사람들이 지친 얼굴로 떠나고 나면 그전보다 더 적막해지고 마는 외딴섬이 되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할머니의 치매는 세상과의 소통이 멈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던 뇌가 웅크리면서 시작된 병이자 지독한 외로움에서 시작된 병이라는 걸. _69쪽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도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에 자신감이 붙어서 다시 한번 카메라를 켜봤다. 영상 마지막에 들어갈 작별 인사를 밝게 찍어봐도 좋을 거 같아서였다.
“할머니! 비디오 보는 사람들한테 ‘또 만나!’ 하고 인사해볼까?”
할머니는 앞니 빠진 틀니가 훤히 보이도록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또 만나!”
나는 카메라 뒤편에 서서 함께 웃었다. 내가 사랑하는 노병래 할머니는 아직 거기에 있었다. _119쪽
그날 저녁, 엄마가 할머니의 잠자리를 봐주러 할머니 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침대 옆 간이 소파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엄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숙희야, 고맙다…. 고마워…. 숙희야, 고마워.”
“…나도 고마워.”
엄마는 할머니를 꼭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고 굽은 등을 토닥거렸다. 꼭 안은 두 사람의 진심이 서로에게 가닿은 순간, 수십 년 동안 아픈 기억의 수렁에 잠겨 있던 엄마의 발 하나가 드디어 양지바른 땅을 디뎠다. _135쪽
나는 할머니를 통해 한 사람의 주변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자신의 온기를 내어주는 것, 서로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가만히 기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사랑이라는 걸 배웠다. _148~149쪽
그날은 우리 둘 다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나는 자꾸만 뒤척이는 할머니 곁으로 가서 아까 본 외로움을 쫓아내듯, 더 바짝 붙어 누웠다. 그러자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두 팔 벌려 나를 안아주더니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아, 누가 누구의 외로움을 쫓아낸다는 것인가. _176~177쪽
할머니의 삶이 죽음 쪽으로 더 가까워졌다 해도 할머니에게서 퍼지는 따뜻한 온기와 사랑은 여전히 내 곁에서 나를 품어주고 있었다. (…) 다가올 이별을 생각했던 그 시간을 계기로 일상은 더욱 소중해졌다. 풀이 죽어 있던 할머니 앞에 다시 삼각대가 놓이고 내가 조잘거리며 끊임없이 수다를 떨자 할머니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아직 할머니를 만질 수 있다. _190~191쪽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행복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가득 차 있던 표정. 슬픔과 웃음이 함께 담긴 할머니의 눈빛을. (…)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점점 고립되어가는 노인에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기쁜 일이자, 창백한 말기 암 환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게 만드는 활력소와 같은 것이었다. _200~201쪽
나는 그 고민의 첫 발걸음이 ‘만약 나라면’이라는 말로부터 출발했으면 좋겠다.
‘만약 나라면, 삶의 마지막 즈음에서 어떤 인간다움을 지키고 싶은가? 포기할 수 있는 인간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_239쪽
할머니가 치매와 암에 걸린 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행복과 존엄이 지켜지는 삶은 우리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점점 말라가는 할머니의 마지막을 겁내면서 모든 걸 손 놓고 있기보다는, 현재 우리 곁에서 빛을 내는 그 찰나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함께 행복하게 웃는 걸 택하겠다. _246쪽